장산교회채널
 가정교회360
 예배생방송

사역의 지경이 넓혀지는 교회

장산레터

현명한 어른이 된다는 것 <이수관 목사, 휴스턴서울교회 2021.11.7. 목회칼럼>

페이지 정보

작성일2022-02-19

본문

  제 아내는 한국에 계신 제 어머니께 전화를 자주하고, 그리고 한번 하면 오래 얘기를 하는 편입니다. 어떨 때는 30, 때로는 한 시간씩 전화를 합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효부라고 칭찬을 해 주었더니 아내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달랐습니다. 그 이유는 본인 때문이 아니라 제 어머니가 지혜로우시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만약 어머니가 며느리가 전화할 때마다 아프다’ ‘힘들다’ ‘뭐가 필요하다등등 그런 얘기를 하시면 본인도 부담스러워서 전화하기가 꺼려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어머니는 아픈 데가 많을 텐데도 절대 아프다는 말을 안 하신다고 합니다. 사실 안 하실 뿐 아니라 아플 때는 아예 전화를 안 받으십니다. 그래서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으셨냐고 여쭈면 그제서야 ~ 내가 좀 아팠다. 그런데 이제는 괜찮아라고 하십니다.

  사실 제 어머니는 지금 89세신데 허리가 많이 아프십니다. 허리가 아픈지가 거의 10년은 되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수술 하시라고 하면, 내가 이 나이에 그런 수술을 받아서 뭐 하냐고 극구 사절을 하십니다. ‘좀 참으면 된다. 허리 복대를 하고 좀 견디면 그 다음부터는 괜찮다. 신경 쓰지 마라이런 식입니다. 한국에 있는 두 아들은 모두 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데도 (물론 저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절대 안 하시겠다고 하시니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모양입니다.

  최근 들어서 제가 매달 어머니께 돈을 조금 보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대학원을 가면서 멈춘 이후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하고 싶어도 못할 날이 멀지 않았다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필요 없다고 안 받겠다고 하시는 것을 허락을 받아내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시기에 며느리가 전화를 하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가 않다는 얘기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도 젊었을 때 피하고 싶었던 어른이 있었고, 다가가고 싶은 어른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사람들이 다가 오는 어른이 되려면 우리의 마음을 정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른이라고 요구만 하고, 함부로 말하고, 잔소리 하고, 예절을 따지고 그러면 점점 더 사람들이 피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교회에서 젊은 사람들이 인사를 안 한다고 세워놓고 혼내는 어르신이 계셨는데, 그럴 경우 아마도 지나가면서 인사는 받을지는 몰라도 주변에 사람들은 점점 더 사라질 것입니다.

  데이비드 리초라는 사람이 쓴 건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는 책에 이와 관련한 몇 가지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한다고 하면서 얘기합니다. 첫째, 어쩔 수 없는 일에 연연해하지 말라. 둘째, 내게는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마땅한 권리가 있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라. 셋째,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내게서 떠나든지 머물든지 언제나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두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충고하고 싶을 때는 꼭 말투를 조심하라.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어른이 되려면, 며느리가 좋아하는 시부모가 되려면, 자녀들이 찾아오기를 꺼리지 않는 부모가 되려면, 나이가 들어도 목장에서 환영받는 어른이 되려면 꼭 기억해야 하는 말들 이라고 생각합니다.(2022.2.2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장산교회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