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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후기: 나이 들수록 잘 살기 -이정우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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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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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추석 하루 전 날, 모친이 계신 인천으로 갔다가 추석날에는 큰 형님이 사는 서울로 이동해서 형제들과 점심을 같이하고 그날 오후 늦게 내려왔습니다. 연착하는 차 때문에 버스터미널에서 고생했던 기억에 살짝 걱정하게 했지만 너무나 정확하게 출발하는 버스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점점 더 선진국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터미널에서 손을 흔들며 아쉽게 헤어지는 할머니를 보면 우리 교회 어른들이 생각이 났고, 한숨 돌리자 차로 이동할 성도들 생각이 잠시 났습니다.
 
  명절은 모든 형제들이 오랜만에 다 함께 모이는 날이기에 집안의 문제를 의논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간단하게 예배를 드린 후에 점심을 먹고 난 뒤, 큰형님이 동생들을 다 한 자리에 부릅니다. 집안의 현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우리 집안의 문제는 어머니가 살았던 전셋집이 집주인의 부도로 경매로 넘어간 상황에서 전세금을 보전 받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의 판결은 전세금의 일부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또 아들들이 각출(醵出)을 해서 다른 전셋집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돈 문제는 항상 사람을 긴장시킵니다.ㅎㅎㅎ
형제간의 문제가 대부분 부모님 문제이고 그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나는 나의 의견보다는 형들의 결정에 따랐습니다. 그 이유는 가까이서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형들이 나보다는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금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에는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 그리고 내가 형제 중 막내라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목사가 돈 문제에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일 때 나타나는 추함(?)도 의식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부모님을 위해서 나로서는 크게 세 번 정도의 돈을 마련해야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은 때마침 교회를 사임하면서 받은 전별금(퇴직금)으로 겨우 대치를 했고, 한 번은 아이들에게 들었던 보험을 해약하고 냈다는 것을 아내의 설명을 듣고 알았습니다. 그때마다 어렵게 겨우 충당을 했기에 이런 일이 생기면 난감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부모에 대한 분담금은 정확하게 1/n로 분배를 하는 형들을 보면서 조금은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사후에라도 부끄러운 자식 되지 말자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더 마음이 편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돌아가신 선친에 대한 회한(悔恨)이 나에게는 있었습니다. 선친은 곧은 분이었고 여건이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에게 쉽게 굽히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로해져 연약한 모습을 보면서도 다정하게 다가가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런 분일수록 돌아가신 후에는 마음속 깊이 남아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내가 예수 믿지 않았다면 그리고 아버님이 천국 가셨다고 믿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큰 죄책감에 눌려 살았을지 모릅니다.
 
   이번 추석은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이전에 “나이 오십이 넘으면 자기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하니 다음 세대를 위해 잘 사는 것 중에 하나는 내가 잘 사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이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최고에 복인 것을 믿는다면 이제 이 땅에서 잘 죽는 것이 우리 인생의 최대의 과제입니다. 그런데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합니다. 이번 추석, 모세의 마지막이 생각났습니다.
“모세의 죽을 때 나이 일백이십 세나 그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신34:7) (201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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